[스크랩] 농자천하지대박(감나루편01)
백성준 대표가 감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4년. 아내 박진희씨가 재테크 수단으로 과수원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아내를 도우며 농사일에 조금씩 관심을 보였던 백 대표는 1997년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은 떫은 맛이라는 버릴 수 없는 특징 때문에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결국 해결책은 연구였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친환경농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고, 그 결과 감의 떫은 맛을 없애는‘새로운 탈삽기술’을 개발해
깎아먹는 홍시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감은 다른 과일에 없는 떫은 맛을 가지고 있다. 보통 이 성분을 탄닌이라고 부른다. 입 속에서
탄닌이 수용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떫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가 탄닌 성분과 결합하면 불용성이되어 떫은 맛을 감춘다.
(주)감나루는 떪은 감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홍시로 가공하고, 떫은맛을 없앤 홍시를 이용해 아이스 홍시를 만들고, 최근에는 감 주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호칭이‘농업엔지니어’라 생각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집착한다.
감의‘떫은맛’을제거하라
가을철 제철 과일을 꼽으라면 홍시를 한번쯤 떠올린다. 홍시는 각종 영양분이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사과나 배 등 다른 과일에 비해 소홀히 취급받고 있다. 단단한 감은 떫고 당분이 충분한 감은 너무 물러 어르신이나 즐기는 한철 과일로 인식된다.
당도가 높으면서도 떫지 않고 무르지 않아 먹기 좋은 홍시는 불가능할까? 감나루가‘감’이라는 품목으로 국내시장을 넘어 중국시장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한‘새로운 탈삽기술’이라는 친환경 기술개발 덕분이다.
백 대표는 탄닌 성분이 입 안에서 침에 녹아 떫은 맛을 낸다는 점에 착안, 물에 녹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건조로를 통해 탄산가스를 주입해 고온·고압 상태를 유지시킨 후 급랭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고분자화학을 이용한 친환경 기술로 인체에 무해한 새로운
기술이었다.
사실, 떫은 맛을 없애야겠다는 발상 자체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감의 떫은 맛이 상품의 질을 저하시키고 수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 생산농가는 다양한 탈삽 기법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으나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지는 못했다. 인체에
유해한 약물을 사용하거나, 탈삽시간이 너무 길어 감 조직이 물러지는 단점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탈삽기술은 농가에서 사용되던온 탕탈삽법, 알코올 탈삽법 및 가스탈삽법(탄소가스 탈삽), 카바이트 처리 등이다. 가장 오래된 온탕탈삽법은 소량을 처리하는 데 사용됐지만 과실 표면이 갈라지는 등 감의 상품화에 한계가 있다. 알코올탈삽법과 가스탈삽법은 일반 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고 몇몇 농가에서 자체 사용했으나 상용화되진 않았다. 시중에 판매되는 홍시의 대부분은 전문 유통업자와 농가 자체에서 카바이트 처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카바이트는 폭발의 위험성과 인체에 유해한 유독 가스 발생으로 기피의 대상이다. 그 외 탈삽기술은‘실험실 전용’기술이다.
‘감나루표’새로운 탈삽기술
감나루가 개발한‘새로운 탈삽기술’은 기존의 탈삽기술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장점을 가진다. 기존 기술은 감의 떫은 성분을 제거하는 데 20일 이상 소요될 뿐만 아니라 감이 물러지는 단점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고, 대량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반해 감나루가 개발한 기술은 24시간 이내 탈삽가공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조직의 연화가 발생하지 않아 단단한 상태의 상품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 단단한 감은 결국 보관과 수송에 유리하고 그동안 유통 과정에서 발생 했던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저장 상태에서 색이 변하지 않아 상품성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감나루의 기술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거쳤기 때문에 감뿐만 아니라 떫은 맛을 가지고 있는 다른 식품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이게 바로 백 대표의 농업에 대한 새로운 확신이다.
“농업과 공학을 접목시켜 새로운 기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농업은 미래산업이자 생명산업이지만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그야말로 개척되지 않은 시장, 전혀 예견되지않는 시장,
블루오션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지혜를 어떻게 모으느냐에 따라 돌파구는 있습니다. 농산물 개방, 두렵지 않습니다.”
틈새를노려라
백 대표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자연 친화적인 감 맛을 내고 싶었다. 그는 기술개발을 위해서 1년여 동안 감 과수원에 살며 감과 화학 관련 책을 두루 읽고 두 분야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론 무장은 기본이었다. 평소 전기, 기계, 화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공부하고 익혀왔던 노하우는 기술 개발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물질의 흐름과 관리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축적했던 지식을 농업에 적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농업과 공학이
만나면 뭔가 완성될 수 있겠다는 공학도의 근거 없는 고집으로 매달렸습니다.”
이런 고집으로 결국 감 생산을 배로 증가시키는 육묘와 감의 떫은 맛을 없애는‘탈삽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친환경 기술을 고집한 백 대표의 양심적인 고집은 매출성장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