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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토양미생물의 이해와 이용

여주&토야 2010. 4. 23. 12:30
 

토양미생물의 이해와 이용


토양학박사 홍종운1)



머리말

친환경농업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화학적으로 합성된 농자재의 사용을 자제 또는 회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팽배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슨 일을 하던 투여(投與: Input) 없는 산출(産出: Output)은 없다는 철칙(鐵則)은 어길 수 없는 법이니 농사를 잘 짓자면 어떤 형태의 것이던 응분(應分)의 투여는 해야 할 것이다.

토양미생물로 화학비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해보려는 시도는 그 역사가 길다. 두과작물과 공생하며 분자상태의 질소(N2)를 아민태 질소(NH2-)로 환원시킬 수 있는, 뿌리혹세균이 동정된 이래 그것을 인공적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토양 중에 비교적 불용성인 형태로 있는 인산을 녹일 수 있는 미생물을 실용화하려는 시도도 있어왔다. 그러나 그 시도들은 당초의 기대를 구현하는 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농업분야에서 토양미생물을 더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려한다. 그런데 그 목적의 설정이 정당한지가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1. 토양미생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토양미생물과 고등식물 사이의 인과관계(因果關係): 지구상에 생긴 생물 중 물로부터 수소를 떼어내어 탄산가스를 환원시켜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면서 분자상태의 산소(O2)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키는 작용, 즉 광합성작용을 처음 시작한, 생물은 cyanobacteria와 유사한 미생물이었으며 이 생물이 등장한 것은 약 25억 년 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합성 미생물의 번식에 뒤 이어 무척추동물들이 번성하고, 약 5억 년 전부터는 육생 동물이, 약 4억 년 전부터 육생고등 식물이 번성하여 석탄기(약 225-345 백만 년 전)로 이어졌다.2)


우리는 이 변천과정에서 이런 연쇄적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즉 광합성 미생물의 번식은 무척추동물의 번식으로 이어지고, 무척추동물의 번식은 육생동물의 번식으로 이어지고, 육생동물이 번식하여 그 유체가 토양 중에서의 분해되어 육생식물의 번식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고 추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육생동물유체의 토양 중에서의  분해에는 타양성미생물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참으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만연되게 한 시발점은 광합성미생물의 등장이었다. 그래서 광합성미생물의 등장을 지구 생태계의 대폭발(Big Bang)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지구 생태계의 대가족에게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그 양을 증대시켜온 것은 태양 에너지를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고등식물이었다. 고등식물은 태양 에너지를 탄수화물의 형태로 고정하여 지구상의 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양성생물들에게 공급해왔을 뿐 아니라 타양성생물들이 탄수화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데에 필요한 분자상태의 산소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오기도 했다.

광합성 능력을 갖는 고등식물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한 것은 타양성미생물들이었다. 그들이 토양에서 양분을 흡수하며 자란 생물체가 토양으로 돌아갔을 때 생물체에 들어 있는 식물양분을 무기화시켜 여러 가지 종류의 생물들에게 재활용될 수 있게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동전의 다른 면을 보자. 토양 중에 타양성미생물들을 번식시켜온 것은 무엇인가? 그 주류는 고등식물과 그 산물을 섭식하며 살다가 토양으로 돌아간 유체다. 이렇게 살펴보면 오늘날 지구 생태계의 달걀은 어떤 것이고 병아리는 어떤 것인지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복잡한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보면 그림 1과 같다.




이 그림이 뜻하는 바를 거시적으로 풀이하면 이렇다. 즉, 초기의 생태계의 스위치를 켠 것은 광합성미생물이었지만 현대의 생태계의 주역






은 광합성 식물들과 타양성미생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광합성 식물들은 타양성생물들에게 먹이(에너지가 들어 있는 유기물)를 제공하고 그 먹이를 산화시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데에 필요한 분자상태의 산소를 공급하기도 한다. 이 때에 토양 중에 있던 식물양분들이 식물체에 흡수되어 고정된다.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죽어 유기물의 형태로 토양으로 들어간다. 토양 중에 있는 타양성미생물들은 토양으로 들어온 유기물을 먹이로 삼아 번식하면서 광합성식물에 의해 고정되었던 식물양분 중 식물체에 들어 있는 것과 식물체를 섭식한 동물들의 유체에 들어 있는 것을 무기화시켜 광합성식물들이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 순환계는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토양미생물의 동태(動態): 우리는 토양 중에 미생물이 다양하고 많으면 좋은 것으로, 또 특수한 기능을 갖는 미생물이 많으면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토양미생물의 수를 늘리거나 특정한 미생물의 번식을 조장하려는 시도를 하게 한다. 질소고정능력이 더 높은 근류균을 토양에 접종하여 효과를 보려는 시도는 일찍부터 있었으며  러시아에서는 Phosphobacterin이라고 불렸던 토양 중에 있는 잘 녹지 않는 형태로 있는 인산을 녹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Bacillus megathericum var. phosphaticum을 1950년대에 매우 넓은 면적에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러시아에서 주장하는 수준보다는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3)

토양에 어떤 미생물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밀도가 낮은 경우에 그 생물을 인공적으로 접종하여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토양에 어떤 미생물 미생물을 접종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을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토양 중에는 그 토양의 특성과 환경조건에 따라 정해진 종류의 미생물이 무수히 많이 있다. 그중 일부는 활동 중인 것도 있고 일부는 내구체상태(耐久体狀態)로 있는 것도 있다. 토양미생물이 내구체상태로 있는 이유는 그 토양 조건이 미생물이 활동하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토양의 온도, 습도, pH, 산소공급, 무기양분, 비타민 등이 적절하지 않으면 미생물이 자라고 번식하기에 부적합하다. 그러나 미생물의 생장과 번식을 어렵게 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미생물의 먹이(주로 유기물)의 부족이다. 토양에 미생물의 먹이(유기물)를 넣어주고 또 넣어주어도 그것은 조만간 탕진된다, 토양미생물이 유기물을 그렇게 왕성하게 분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미생물은 다른 생물에 매우 큰 호흡속도를 갖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인체 1 g은 한 시간에 2-3 g의 산소를 g을 호흡에 이용하지만 박테리아는 1 g의 생체는 한 시간 동안에 약 300 g의 산소를 호흡에 이용한다. 그래서 토양미생물은 토양에 들어가는 유기물을 빠르게  소비하고 또 다른 유기물이 토양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4)

토양에 유기물을 주어도, 주어도 계속 분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은 토양에는 유기물이 들어갈수록 그것을 먹이로 삼아 활동할 미생물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럴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복잡한 데에 있지 않다. 그것은 미생물은 먹이만 있으면 그 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이유다. 많은 종류의 세균들은 단순히 하나의 세포가 둘로 갈라지는 방법으로 증식한다. 한 개체가 자라 둘로 증식되는 데에 30 분이 걸리는 세균은 조건만 적합하면 한 개체가 1억(109) 개체로 증가하는 데에 10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http://www.microbe.org/microbes/reproduction.asp ---2004. 9. 11. 접속) 먹이가 있고 다른 조건들이 적절하기만 하면  미생물이 이렇게 빠르게 증식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많은 양의 유기물이 토양에 들어가더라도 특별한 경우(온도와 수분조건이 미생물이 활동하기에 부적절한 경우처럼)가 아니면 유기물이 분해 되지 않은 채 오래 동안 토양에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사실과 토양미생물의 한 세대가 매우 짧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토양미생물의 농경적 이용 상 고려해야 할 측면들

토양미생물을 옥외 포장에서 재배되는 작물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 토양미생물은 토양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토양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에 대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측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없다. “농토에 유기물을 잘 주면 토양에 있는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져 토양이 좋아진다.”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그들이 그런 말은 하면서도 토양미생물에 엉뚱한 기대를 하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아 토양미생물에 대해 잘 아는 듯이 말하는 이들 가운데에 토양미생물의 본질에 대해 적절하게 아는 이가 얼마나 될지를 짐작하기 어렵다.

페니실린이나 그 밖의 중요한 항생제들이 토양미생물들로부터 얻어져 왔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런데 토양 중에 페니실린을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이 있다고 해서 토양 중에 병원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두과작물의 대부분은 근류균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질소의 대부분을 공기 중에 있는 분자상태의 질소(N2)로부터 얻는다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사람들은 질소고정능력 더 우수한 그류균주를 분리/배양하여 두가작물을 재배하는 포장의 토양에 접종하거나 두과작물의 종자에 묻혀 파종함으로써 두과작물의 수량을 높이려는 시도를 해왔다.이 시도는 실험실이나 살균된 토양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실제 포장에서의 성공은 제한적이었다. 더러 특허까지 받은 근류균주가 있기는 했지만 농가에 널리 받아드려지는 사례는 아직도 기다려지고 있다.

근균(根菌: Mycorrhiza)의 활용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왔다. 근균의 중요성은 결코 근류균의 중요성에 못지않다. 사실은 근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근류균은 주로 두과작물고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두과작물에게 질소를 공급하지만 근균은 모든 식물뿌리에 부착되어 살면서 뿌리의 표면적을 확대하여 뿌리의 양분과 수분흡수기능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보다 성능이 우수한 근균을 탐색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토양에 접종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도 근류균의 경우처럼 옥외 포장에서 그 효과가 뚜렷하고 지속적인 사례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나는 이와 관련하여 매우 인상적인 사례를 본적이 있다. 내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쉬 주 하이데라바드 교외에 위치한 국제반건조열대작물연구소 (International Crops Research Institute for Semi-Arid Tropics: ICRISAT)에서 일하는 동안 그 연구소의 토양미생물학자들은 밭토양 중 비공생질소고정미생물과 근균에 대한 연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한 연구자의 안내를 받아 그가 하고 있은 근균 접종효과시험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연구소 포장에서 채취한 토양에 다른 처리를 하고 그 지방의 주요 작물 가운데 하나인 피죤피(Pigeon pea: Cajanus cajan (L.) Millsp)를 재배하고 있었다. 수확기에 가까웠던 피죤피의 처리별 작황은 이랬다. 처리는 4 가지가 있었는데 그 처리 내용은 이랬다.  1). 가압살균한 토양에 근균 무접종, 2).가압살균한 토양에 우수근균 접종, 3). 자연 토양에 우수근균 무접종, 4). 자연토양에 우수근균 접종. 작황은 이랬다. 가압살균한 토양에서는 우수근균의 접종효과가 현저히 나타났지만 자연토양에서는 우수근균 접종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연구자는 실망스러워 했다. 자연토양에서도 우수균주 접종효과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는 그 뒤 요즘까지 세미나, 심포지엄, 과제평가 회 등에 참석하면서 또 유관서적과 인터넷 검색 등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토양에 토착된 근균이 있는 토양에 낯선 군균을 접종하면 새로 접종된 근균이 토착종을 압도하지 못했거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우수 근균의 특성이 발현되지 못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토양에 들어 있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인산화합물로부터 인산을 녹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Bacillus megatherium var. phosphaticum (Phosphobacterin)은 한 때 러시아에서 널리 쓰였던 적이 있었지만 그리 효과가 지속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http://www.nap.edu/books/ARC000002/html/47.htm---2004. 9. 11. 접속)

토양 중에서 난용성인  인산 화합물로부터 인산이 녹아나오는 것을 촉진하는 미생물에 Pencillium bilaii도 있다. Leggett 등은 이 미생물을 써서 수년에 걸쳐 176 포장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면서 P. villaii의 효과를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로부터 매우 조심스럽게 만든 접종원((接種源)을 주의 깊게 사용했을 경우에도 농가가 얻는 이득은 ha 당 미화 19 달러 (1.9 달러/10a; 약 2,200 원/10a) 정도였다고 보고 했다.5) 그들은 이정도의 효과를 얻는 데에도 포장과 작물에 따라 그 효과에 변동이 매우 컸음을 지적했다. 이 연구자들은 미생물제의 생산비와 사용에 따르는 비용을 낮추는 일, 미생물제의 운반과 보관 중 활성을 유지하게 하는 일, 작물에 시용하는 다른 비료 또는 농약 등이 미생물제의 효과를 낮추지 않게 하는 일 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생물제의 효과가 안정적이지 못 했을 것이라고 풀이 했다.  미생물제의 효과가 어느 경우에나 탁월하다고 선전하는 우리나라 시중의 여러 제품들의 경우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토양미생물의 인공접종 효과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들: 토양 중에 있는 미생물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농사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특정한 토양미생물을 분리 배양하여 옥외의 포장토양에 접종했을 때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왜 이런 불일치(Discrepancy)가 이러나는가? 민간에서 효과가 있다는 미생물제들의 효과를 공공 연구기관에서 시험해보면 대체로 그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시험을 의뢰한 이들은 의아하게 여긴다. 사실은 민간에서 개발했다는 미생물제 뿐 아니라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미생물제들도 광역적으로 그 효과가 한결같이 나타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은 이것은 토양미생물제에 국한하는 현상은 아니다.  오랜 시간을 통해 효과가 확실하게 인정된 비료, 토양개량제, 농약 등의 효과도 어떤 조건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

어떤 것을 토양에 주었을 때 그것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토양에 그것이 부족하고 또 토양에 준 그것이 작물에게 효과적으로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그것이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질소비료가 효과가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토양에 작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질소가 충분히 들어 있다면 질소비료를 주어도 효과가 날 이 없다. 또 만약 토양 중에 작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질소의 양이 부족하더라도 질소비료를 준 직후 폭우가 쏟아져 준 비료의 질소성분이 모두 씻겨나갔다면 질소비료를 준 효과는 없을 것이다.

농약의 경우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열병 약을 쳤는데 그 해에 기상조건이 좋아 도열병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도열병 약의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또 도열병이 나기는 났는데 도열병 약을 너무 늦게 쳤다면 약의 효과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토양미생물의 인공접종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게 하는 요인은 비료나 농약을 바르게 쓰지 않았을 때 효과가 안 나는 경우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미생물의 숫자 보다는 토양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미생물의 활동: 토양에는 여러 가지 미생물물들이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 그런데 어떤 토양에서 미생물의 활동은 어느 시점에 그 토양에 있는 미생물의 수보다는 토양에 들어 있는 미생물의 먹이의 양을 비롯한 다른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늘 베고픈 상태에 있는 토양미생물들의 활동은 다른 조건이 원만하다면 토양에 들어가는 먹이(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유기물)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토양미생물의 활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종류의 미생물을 토양에 접종하는 것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먹을 것이 모자라서 미생물의 활동이 제한받고 있는데 모자라는 먹이를 주는 대신 미생물의 포자 같은 것을 더해주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토양에 미생물을 접종할 때 그들이 먹을 먹이도 함께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때 준 먹이가 새로 접종된 미생물에게만 이용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미생물: 조건만 맞으면 토양미생물은 매우 빠르게 증식될 수 있다. 이 사실은 토양미생물의 한 세대기간이 매우 짧은 것을 뜻한다. 토양미생물 가운데에는 한 세대가 단 몇 분인 것도 있고 30 분 정도에 한 세대가 바뀌는 것도 많다. 한 세대의 기간이 이렇게 짧다는 것은 미생물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가 일어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을 수 있음을 뜻한다. 어떤 미생물을 분리 배양하여 토양에 접종함으로써 토양미생물의 분포를 바꿔보려는 이들은 이 사실에 대해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균주를 토양에 접종했을 때 그 효과가 기대하는 만큼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새로 접종된 미생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를 빨리 일으켰을 가능성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미생물의 변이에 대한 괄목할만한 예는 여러 가지 있다. 70년대에 관찰되었던 벼의 도열병 발생양상의 변화도 그 전형적인 예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통일계통의 벼는 초기에는 도열병에 대해 초저항성이라고 여겨질 만큼 도열병에 전혀 걸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통일계통 벼의 도열병 저항성은 믿기지 않을 만큼 빨리 그리고 광범한 지역에서 무너졌다. 그 때 병리학자들이 부친 설명은 도열병균의 새로운 생리형(生理型; new race)의 등장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작물의 병에 대한 저항성에 관한 한 독야청청(獨也靑靑)인 품종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이제는 널리 받아드려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제초제나 농약이 처음 토양에 들어갔을 때에는 잘 분해 되지 않지만 몇 차례 뿌리면 토양 중에서의 분해속도가 빨라진다는 보고도 있고, Isobutylidene Diurea(IBDU)나 Crotonylidene Diurea(CDU) 같은 토양 중에서 서서히 분해 되는 이 완효성질소비료들을 같은 포장에 여러 해  동안 주면 완효성이 상실 되며 이는 토양 중에 이 화합물을 속히 분해하는 미생물의 등장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 모두 토양미생물의 빠른 변이를 시사하는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각주 2 참조)


맺는 말


토양은 복잡한 자연체이다. 그 자연체는 입자의 크기가 다르고 그 물리화학적 성질이 다른 광물과 분해단계가 매우 광범하게 다른 유기물과 다양한 생물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토양은 이처럼 복잡한(Complex) 것이지만 그것을 결대로 풀어 이해하면 혼란스러운(Complicate) 것은 아니다. 

토양을 혼란스러운 것 같게 하는 것은 토양의 성질이나 행동이 아니다. 토양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면을 간과하는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주장들이 토양을 혼란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농업과 관련된 토양미생물의 공과(功過)를 세세 낱낱이 따지다보면 우리는 미궁(迷宮)에 빠져들 것이다. 그 미궁에 빠지면 토양미생물과 오래 동안 씨름해도 실용성 있는 정보를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결에 맞지 않는 조각지식을 가지고 그 효과가 대단한 것인 양  내세워 혼란을 조장할 수 있을 것이다.

토양미생물의 농업에의 공헌은 대개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보면서 토양미생물에 접근한다면 토양미생물의 지식이라는 미궁에 빠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섯 가지란 다음 같은 것이다.


1). 토양으로 돌아가는 생체를 분해시켜 지구가 사체의 퇴적장이 되 않게 하고 생체에 유기태로 고정되어 있는 물과 탄산가스와 식물양분을 식물이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태계를 지속시키는 일.--- 이것이 토양미생물의 기능 중 으뜸가는 것일 것이다.


2). 유기물로부터 부식을 생산하여 그것이 토양에 적절한 수준으로 남아 있게 함으로써 토양의 물리/화학성을 작물이 생육하기에 호적하게 하는 일.


3). 근균, 근류균, 근권미생과 같이 식물의 근권에 서식하면서 식물에게 유효양분과 식물생장촉진물질을 공급하는 일


4). 토양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거나 외부에서 투입되는 유해물질을 분해시켜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시키는 일.


5). 미생물들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유해한 미생물의 우점을 억제하는 일.


1) 농촌진흥청 민원상담위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 www.soilove.com 운영자

chongwoon@yahoo.com


2) Jim Barber. 2004. Water, water everywhere, and its remarkable chemistry. Biochemica and Biophysics Acta 1655(2004) 123-133


3) Samuel Tisdale and Werner Nelson. 1975. Soil Fertility and Fertilizers. Macmillan Publishing Co., Inc, New York. p 225.


4) 渡邊巖. 1871. 土壤 と 微生物. 農山漁村文化協會. 東京


5) Mary Leggett, S. Gleddie, and Greg Holloway. 2001. Phosphate solubilizing microorganisms and their use. Plant Nutrient Aquisition---New perspectives. N. Ae et al (Eds) pp. 299-337. Springer, Tokyo


출처 : 양파를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종태의 블로그
글쓴이 : organic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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