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금실 좋은 부부라도 반드시 권태기는 찾아온다.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 ‘남녀’가 아니라 ‘가족’이 된 부부에게 ‘섹스’는 더 이상 설렘이 없다. 그렇다면 서로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튈 만큼 애틋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레이디경향」에서는 결혼 10년 차의 평범한 주부 H씨(37)에게 매달 색다른 ‘미션’을 제시하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 칼럼을 통해 권태기의 부부들이 신혼 시절의 로맨틱한 섹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이달 미션은 ‘시간과 횟수’에 대한 미션이다. 내가 은근히 미션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예전에는 한 달에 1번 할까 말까 했던 섹스를 미션으로 인해 적어도 한 달에 3번은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간과 횟수’의 미션은 섹스 시간이 짧을 때 여성과 남성의 느낌, 반대로 섹스 시간이 평소보다 길 때의 느낌, 그리고 하루에 2번의 섹스를 요구할 때 남편의 반응과 가능성, 또 3일 내내 하루에 1번 섹스를 했을 때의 반응을 알아보는 것이다. 아, 쉽지 않다. 이달엔 섹스 횟수가 더 많아야 한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섹스 시간이 짧으면 여자가 만족을 못하거나 남자가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너무 짧은 시간에 사정을 해버린다면 조루증을 의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많은 남성들은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할 경우, 감각이 무뎌져 사정을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대게 나이가 어리거나 정력이 강한 경우는 하루에 두 번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편차는 있는 법. 그러니 어느 정도의 시간과 횟수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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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ime Sex
역시 여자는 별로였다!그럼, 첫 번째 미션으로 늘 해왔던 것보다 유달리 짧게 했을 때의 느낌을 알아보겠다. 사실, 난 섹스 시간이 무리하게 긴 것보다는 적당한 것이 좋다. 너무 짧아서 내가 느끼기도 전에 끝난다면 무척이나 실망스럽겠지만 너무 길게 하는 것 또한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그럼, 일단 짧게 해야 할 텐데…. 남편의 컨디션을 나쁘게 만들거나 삽입 전에 흥분이 극에 달하게 해 삽입 후 시간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아 거참, 어렵네~.
남편이 귀가 한 후 일찍 딸을 재웠다. 그러고는 남편을 과감하게 끌어안아서 눕힌 뒤 열심히 애무를 시작했다.
“오늘 왜 이리 과격하게 덤비시는데?”라고 말하면서 못 이기는 척 당해주는 남편.
“가만히 있어봐. 오늘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라고 말하면서 열심히 했다.
오럴 섹스를 턱이 아플 정도로 해주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오럴 섹스를 너무 오랫동안 하면 사정할 수도 있으니 남편의 흥분 정도를 지켜보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참 뒤, 남편에게 신호가 온 것 같아 섹스를 했다. 역시 너무 흥분을 했던 탓인지 남편은 일찌감치 사정해버렸다. 그러면서 하는 말 “너무 빨리 끝났지?”
이때다 싶어 “아니, 괜찮아. 당신은 어땠어? 좋았어?”라고 물었다.
“응, 난 너무 좋았어. 근데 당신은 별로였지?”
“(당연히 별로였지만) 아니야~ 나도 좋았어. 정말이야.”
“그런데 좀 창피하다. 나만 좋았던 것 같아 미안하고”라며 남편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아니라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하자 “남자들은 은연중에 여자를 만족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빨리 끝나면 왠지 스스로 창피하거든. 그런데 오늘은 당신이 애무를 너무 오래 해주니까 흥분돼서 못 참고 사정해버렸잖아”라며 투덜댔다. 오랜만에 투덜대는 남편의 모습이 꼭 어린애처럼 귀여워 보였다.
“아니야, 정말 좋았어. 그리고 당신을 애무해주면서 나도 흥분됐어. 빨리 끝나면 뭐 어때. 나도 좋고, 당신도 좋았으면 된 거지”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빨리 끝나버리는 건 여자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Long Time Sex
남자와 여자 둘 다 별로!
두 번째 미션은 섹스 시간을 평소보다 무리하게 길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남편에게 술을 먹이든가 사정하려 할 때 한 번 참게 하고 계속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남자가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는 것은 서로의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정하려 할 때 참게 해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되는 일은 아닐 터….
옛날 왕들은 많은 후궁들과의 잠자리를 위해 정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정액을 배출하지 않고 섹스를 하는 ‘환정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후궁도 아니고 또 개인적으로 술 마시고 섹스하는 건 즐기지 않지만 어쩔 수 없으니 오늘은 술 한 잔 하고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초저녁부터 남편과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섹스에 돌입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당신, 술 마시고 하는 거 싫어하잖아?”“응. 그렇긴 한데 오늘은 갑자기 술 마시고 하고 싶은데. 우리 한 번 하자.”“오호~ 안 하던 행동까지 하면서 자꾸 덤비는 걸 보니 이거 미션이구나? 술 마시고 해야 한대?”
“아니, 그건 아니고 길~ 게 하래. 술 마시고 하면 길게 하잖아.”“아~ 그래서 어젠 짧게 했던 거군. 그럼 말을 해야지. 난 빨리 끝나서 얼마나 창피하고 속상했는데.”
새삼 깨달았다. 남자들은 빨리 사정하면 진심으로 속상해한다는 것을.“미안해. 오늘은 길~게 길~게 하는 거니까 당신 체면 한번 세워봐(웃음).”우리는 살짝 술기운을 빌려 분위기를 잡고 섹스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난 개인적으로 살짝 취한 상태에서 하는 전희 시간을 진짜 좋아한다. 딱~! 전희만.삽입 섹스를 시작했는데 역시, 사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가 오르가슴에 이르려 할 때, 그때 남편도 함께 절정을 느끼고 사정을 하면 좋으련만 남편은 술을 마시고 하니 영 느낌이 오지 않는 눈치다. 그러는 사이에 난 오르가슴의 절정을 느끼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편의 피스톤 운동은 계속됐고, 점점 아픔이 느껴지고 흥분이 극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편도 힘든지 눈은 반쯤 풀렸고 땀을 줄줄 흘린다.
“자기야, 힘들지? 나 아파오기 시작해”라고 말하자“아, 그래? 미안해. 감각이 무뎌져서… 에고, 나도 힘들다.”“당신은 이렇게 길게 하면 어때?”라고 묻자“힘들고 아프지. 당신이 힘들어 하면 흥분이 안 되잖아. 나도 쓰라려.”“그럼, 당신도 좋은 게 아니네?
“당연하지.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고 당신이 별로면 나도 별로야. 남자와 여자는 서로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거지. 다를 거 없어. 에잇, 그만 하자.”“그래도 난 한 번 절정을 느꼈는데, 당신이 사정을 못해서 미안하잖아. 다시 힘을 내서 하자.”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데 사정할 때 남편의 표정과 신음 소리가 평상시와는 다르다. 이렇게 술 마시고 힘들게 사정할 때 남편은 기분 좋고 시원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살짝 고통이 하는 것 같았다. 역시 ‘지루보다 조루가 낫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결혼 10년 차,
하루에 2번 섹스 가능하다!세 번째 미션은 횟수에 대한 것이다. 하루에 2번! 그렇다면 주말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하루에 2번이 가능하기는 할까? 연애할 때나 신혼 때는 하루에 3, 4번도 거뜬히 했는데…, 그것도 연속으로 말이다.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결혼한 지 10년이나 됐다. 솔직히 한 달에 2번도 감사한데 하루에 2번 하자고 하면 남편 반응이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아자아자,
파이팅!!
방학이라서 딸은 주말에 체험학습에 보내고 남편과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 보러 가자”는 남편에게 집에서 다운받아 보자며 집에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편안하게 누워 영화를 보는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우리 예전엔 하루에도 몇 번씩 했는데, 그치?”“엉. 그랬지.” 영화 보느라 내 말은 건성으로 듣는다.“(자극이 필요하겠군) 그런데 지금도 하루에 2번 할 수 있겠어?”라고 묻자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루에 2번쯤이야 거뜬하지. 4번도 할 수 있어.”
아무튼 남자들이란…. 도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래도 일단,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선 계속 자극하는 수밖에.
“그래? 진짜 가능할까? 연속으로도? 아니 연속으로 하는 건 바라지도 않아.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은 어때? 그런데 힘들어서 할 수 있을까?”“어허~ 왜 이래? 나 아직 죽지 않았어. 그 정도쯤이야. 연속 2번도 할 수 있어.”
“과연?” 그러자 남편이 갑자기 소심해졌다.“음, 2번 연속으로 하는 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루에 2번은 할 수 있지. 뭐, 타격이 좀 있긴 하겠지만.”“그치? 피곤하겠지? 그래도 한번 해보자.”“예끼.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다고는 안 했는데?”
“그럼 그렇지. 자신이 없는 거지~”라며 남편의 자존심을 살짝 건드렸다.
“좋아, 하자.” 그래서 우린 점심에 1번 하고, 밤에 1번 더 했다.약간의 오기가 발동해 2번을 하긴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기력이 엄청 달렸나 보다. 거사(?)를 마친 남편은 코를 엄청나게 골면서 곯아떨어졌다. 그런 남편을 보니 늙는 것 같아 안쓰럽다. 어찌됐건 아직까지는 하루에 2번이 가능하다. 미션 성공.
네 번째 미션은 3일 내내 하루에 1번 섹스하기다. 어제 엄청 무리해서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출근하는 남편에게 “자기야~ 우리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하자. 집에 일찍 들어와” 했더니“날 죽일 셈이야?”라고 한다. 혹시나 하고 조금은 기대했는데 역시나다. 3일 연속 하는 미션은 수행할 수 없겠다.
이번 미션을 통해 섹스를 하는 데 있어 ‘시간’이나 ‘횟수’에 집착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부간의 사랑은 시간이나 횟수와 관계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섹스를 할 때 서로의 감정이 얼마나 일치하느냐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기획 김민주 기자 글 주부 H씨 사진 이주석,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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