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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희봉]보춘화(報春花)

여주&토야 2006. 9. 27. 20:24
보춘화(報春花) 
유희봉
부푸는 화살촉 같은 목련의 겨울눈 
꽃봉오리를 선보일 듯 하면서도 
이내 찬바람이 옷소매로 스며들며
봄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에 
푸른 잎새의 너그러움이 돋보인다
고향을 지키는 농부처럼 강인한 기질로 
국수다발 같이 희고 굵은 뿌리 
해안이 가까운 볕이 드는 산기슭 
적절히 휘어져 같은 눈 높이 줄기에
하나씩 달린 연두 빛 꽃잎 
차로 다려 마시기도 하고 
피를 잘 돌게 하는 보춘란
변이종 특이한 모양만 찾다가 
뿌리 채 캐내어 내던져 버린다는 
애호가들이 사라지길 바라며
죄책감 없이 산에서 포대로 캐어
이웃이나 지인 에게 뿌려대며 
온 방안을 화분으로 꽉 채워놓고 
물 주기나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대부분 죽여 버렸다는 그대의 소원
생명의 근본을 바라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 당신 자신이 
다른 식물이나 곤충으로 살아가며
생활이 진지해 질 수 있었다는 
그 말을 듣는 내 주위의 무거운 공기
강대국의 탁하고 숭고하지 못한 물질주의가
뭇 정부와 개인의 행동을 속박하는
그 조심스럽고 비겁한 이기주의에 
세계가 질식하고 있어 현관 창문을 열어 젖히고
보춘화 남은 화분 하나 숨결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