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임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섹스할 때 피임이 신경 쓰이는 이유다. 섹스는 쉬운데 피임은 왜 어려운 걸까? 안전한 피임과 즐거운 섹스에 대해 화끈한 미시 3인이 입을 열었다.
자연피임법,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진행자 요즘 낙태 근절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에 따른 피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다들 어떻게 피임하고 계신가요?
최예빈 3년 연애하고 결혼해서 지금 9년 차예요. 남편이 갑자기 호주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결혼하고 3일 만에 호주로 갔어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임신을 미뤘어요. 3년 살다가 한국 들어왔을 땐 직장 때문에 미루고, 그러다 보니 7년 만에 임신을 하게 됐어요. 그동안 약을 먹거나 도구를 써서 피임은 하지 않았고 자연피임법으로 했고요.
이연아 자연피임법이라면 배란기 피해서 한 거야?
최예빈 배란기도 피하고 체외사정했어.
이연아 체외사정이 가장 실패율이 높은 방법이래. 생리가 불규칙한 사람은 자연피임법도 소용없고.
최예빈 정말? 우리는 7년 동안 그렇게 했는데 임신이 안 됐어. 남편이 그러던데 체외사정이 실패하는 이유는 남자가 좀 더 느끼려고 욕심 부리다가 사정할 때 빼서 그런 거래. 자기는 조절 잘한다고 자랑하더라. 주위에서 하도 임신은 계획대로 안 되는 거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는 정말 계획했을 때 아이가 생겼어. 7년 동안 피임하다가 딱 한 번 체내사정을 했는데 그때 딱 임신이 된 거야.
김지현 와,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된 거야?
최예빈 그러게.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날 섹스하고 나서 남편이 “우리 아이 언제 가질 거야?”라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내가 겨울쯤에 가지자고 했거든. 그런데 그날 생긴 거야.
김지현 겨울에 가지자고 했는데 여름에 생겼구나. 그럼 엄밀히 말해서 완벽하게 계획대로 가진 건 아니었네.
최예빈 그치. 그래도 그때는 아이 생각이 있을 때여서 다행이었어. 보통 여자들이 생리 끝나고 일주일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나? 배란일 계산법도 그쯤이면 안전하다고 하고. 그때가 생리 끝나고 5일쯤 된 날이었어.
김지현 내 동생은 생리 끝나고 이틀 지나서 했는데 임신이 됐어. 그때쯤이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안에다 사정을 한 거지.
이연아 생리 끝나고 하루 이틀도 위험하대. 여자는 1년 365일 배란기란 말이 틀린 말이 아니야.
최예빈 내가 운이 좋았던 거지. 7년 동안 생리 끝나고 일주일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했거든.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도 보통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하고.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김지현 맞아. 배란이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야. 난 스물여섯에 결혼해서 3년 만에 임신했거든. 남편이 군인이어서 결혼하고 강원도로 이사를 갔어. 서울에서만 살다가 갑자기 환경이 바뀌니까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고. 몸도 허약해지고 생리도 불규칙적이 되고. 결혼했으니까 아이 생기면 낳아야지 했는데 거기 있을 땐 특별히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이 안 됐어.
이연아 그렇게 치면 늦게 생긴 거네.
김지현 맞아. 그때는 생리를 한 달에 두 번도 하고 석 달 동안 안 하기도 하고, 정말 불규칙했어. 그렇게 2년 반 동안 살다가 서울로 왔는데 그때 마음이 편해진 거지. 서울 와서 몇 달 만에 임신이 됐어.
최예빈 몸 상태랑 심리적인 걸 무시 못해. 나도 호주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 남편 손만 놓으면 길 잃은 아이가 된 것처럼 심리적으로 너무 불안했어. 지금 얘기 들어보니까 심리적인 요인이 임신에 정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
김지현 맞아. 환경이 좀 안정되고 마음이 편해야 임신이 되더라. 일단 생리부터가 불규칙해지니까. 난 정말 규칙적인 편이었거든. 서울 와서 안정이 좀 되고 어느 날 저녁에 영덕게 사다가 소주 한잔 했는데 그날 생겼어. 남편이 서울 오자마자 경기도 이천에서 회사를 다녔거든. 난 친정에서 왔다 갔다 했고. 남편한테 가는데 생리 늦추는 약 타러 산부인과 갔다가 임신인 걸 알게 된 거야. 내가 그때 위장병이 있었거든. 임신이라는 말 듣고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
최예빈 나랑 비슷하다. 나도 위장약 먹고 있었거든. 약 먹을 때도 의사가 “임신할 확률 없죠?” 이러면서 약을 줬어. 그랬는데 생리가 안 나와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두 줄이 딱 나온 거야. 깜짝 놀라서 내과부터 달려갔지. 그리고 산부인과에 갔는데 자궁근종까지 있더라고. 자궁근종 있으면 남들보다 유산할 확률이 두 배가 높대. 내가 성격이 무척 활발한 편이거든. 임신 8주 때 워터파크 놀러 가서 놀이기구까지 탔어. 7년 미루기만 했지 임신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니까. 다행히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연아 우리는 딸 둘인데 작년까지 셋째 계획이 있었거든. 하루는 영화를 봤는데 남자주인공이 진짜 멋있는 거야. 그날 밤 남편이랑 할 때 그 남자 배우가 생각이 나서 “안에다 해”라고 말해버렸어.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됐던 거지. 그때 임신이 됐는데 8주 때 자연유산이 됐어.
김지현 우리 형님네도 큰애가 지금 아홉 살인데 3년 전부터 둘째를 갖고 싶어 하셨어. 근데 6년 만에 임신하려고 하니까 힘들더라고. 시험관아기 시술도 해보고 여러 가지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잘 안 돼서 지금은 기도만 하고 계셔. 임신이 안 돼서 힘들어하는 부부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 그런 경우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이 더 안 될 수 있대. 별 생각 없을 때 임신하는 경우가 많잖아. 심리적인 안정이 확실히 중요한 것 같아.
임신, 경제적 안정보다 마음의 준비가 돼야
이연아 우리는 여러 가지 형편상 이제 확실한 방법으로 피임을 해야 돼. 남편한테 정관수술하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더라고.
김지현 우리 남편도 그래. 언젠가 정관수술 비용이 쌀 때가 있었어. 그때 하자고 했는데 꺼리더라. 남자들은 정관수술을 하면 뭔가 자신의 남성성이 줄어드는 기분인가봐. 우리나라 남자들이 콘돔을 열심히 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여자들이 주로 피임을 하게 되잖아. 난 첫째 낳고 루프를 꼈거든. 산부인과에서 그게 제일 몸이 안 상하고 확실하다고 해서. 루프 착용한 다음엔 신랑이랑 자유롭게 했지. 근데 부작용이 있어. 아랫배가 꾹꾹 찌르듯 아프고 루프 착용하고 3주 동안 피가 비치더라. 병원에 갔더니 루프가 내려왔다고 하더라고.
이연아 금속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부작용이 더 있을 수 있대. 생리 양도 늘고. 난 생리 양이 엄청 많은 편이거든. 친구한테 루프 부작용 얘기 듣고 무서워서 못했어.
최예빈 루프 하면 섹스할 때 느낌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아?
김지현 아니, 느낌에는 전혀 영향이 없지.
이연아 피임약 먹으면 살이 찐다거나 기미가 생긴다는 말도 있잖아.
최예빈 나는 예전에 피임약 먹었을 때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려서 먹다 말았어.
김지현 살찌는 경우는 많이 봤어. 심하면 우울증까지 오고. 그래서 대부분 먹다 말더라고.
이연아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자연피임법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덜컥 임신이 되는 거지. 배란일 피하는 거나 질외사정하는 건 실패율이 높으니까. 솔직히 우리나라 부부 중 콘돔 사용하는 부부가 몇이나 될까 싶어.
최예빈 기혼여성의 낙태가 많은 이유가 그거지. 결혼 전에는 관계할 때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크잖아. 그래서 피임에도 신경 쓰게 되는데 결혼 후에는 아무래도 소홀해지는 거지. 그러다 계획에 없는 아이 생기고 형편상 중절수술 받는 경우가 많아.
이연아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아이 하나 기르기에도 사교육비다 뭐다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점점 더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는 것 같아. 주변에 보면 경제적 이유로 중절수술 하는 친구들이 꽤 많아. 보통 기혼자들이 중절수술을 받는 이유가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거나 터울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지.
최예빈 난 기혼자들이 이렇게 낙태를 많이 하는지 전에는 몰랐어. 어디에서 보니까 미혼여성보다 기혼여성의 낙태율이 더 높다고 나오더라.
김지현 미성년자나 미혼모만 낙태를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고 보면 부부들도 피임 교육을 확실하게 받아야 해. 부부계획도 확실하게 세워야 하고.
최예빈 난 처음 아이 생겼을 때 너무 우울했어. 7년 동안 임신을 미뤘고 이제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도 준비가 안 된 상태였으니까. 아이 태어나고 100일까지 힘들었어.
김지현 결혼도 그렇고 아이 낳는 것도 준비가 필요해.
최예빈 맞아. 나도 좀 더 준비를 하고 주변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다를 게 없는 게 결혼해서라도 준비 없이 갑자기 아이가 생기면 부부 사이도 안 좋아질 수 있더라고.
김지현 남자들은 낳자고 말하기 쉽지만 실상 아이는 여자가 키워야 하니까.
최예빈 혼전 임신한 친구 부부가 있는데 아이 때문에 결혼해서 서로 적응 못하고 매일 싸우다가 계획 없이 둘째가 생겼어. 애를 못 낳겠다 싶어서 지우려고 산부인과에 갔는데 낙태금지법 때문에 수술을 못했대.
이연아 아예 수술이 안 되는 거야?
최예빈 아니, 수술은 할 수 있는데 수술에 대한 근거 자료를 남길 수가 없대. 그래서 그냥 낳기로 했는데 우울해하지.
권미정 원래 낙태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 워낙 많이들 수술을 하니까. 나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낳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저출산이라고 무턱대고 낙태금지법을 강화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부분부터 고쳐야 한다고 봐. 아이들 중학교 때부터 확실한 피임법을 알려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부분만 배웠잖아. 외국에는 아이들이 10대만 돼도 피임약 먹게 하고 콘돔 챙겨주고, 피임을 생활화시킨대. 순결 교육보다 피임 교육을 하는 게 낙태율을 더 효과적으로 줄인다고 하더라.
최예빈 예전에 엄마한테 물어보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잖아. 외국에선 그걸 이해 못해. 확실하게 보여주고 설명을 해줘야 해.
김지현 난 나중에 우리 아들이 데이트하러 간다면 콘돔 챙겨줄 거야. 여자아이들도 생리 시작하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받는 게 좋대.
김지현 연애할 때 그저 저녁에 헤어지기 아쉬워서 결혼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현실은 달라. 임신과 출산은 더더욱 그렇고.
최예빈 결혼할 준비가 됐다고 임신할 준비가 된 건 아니잖아. 부부도 엄마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나서 아이를 낳아야 된다고 생각해.
이연아 근데 또 다 갖추고 낳으려고 하면 못 낳아. 우리는 준비 안 하고 그냥 낳았는데 다행히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 준비되기까지 기다렸으면 아마 못 낳았을 거야.
김지현 경제적인 것보다도 마음의 준비, 내가 결혼해서 아이한테 인내심을 가질 수 있게 됐을 때 그때 가져야 된다고 봐.
최예빈 엄마가 어느 정도 성숙해서 아이를 포용해줄 수 있을 때 낳아야지.
이연아 맞아.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는 미혼이든 기혼이든 철저하게 피임법을 알고 실천에 옮겨야 해. 지금 우리도 질외사정에 의존하고 있잖아. 잘못된 방법이야. 아이들 학교에서도 피임 교육 더 철저히 하고 결혼을 앞둔 사람이나 부부들에게도 확실한 피임법을 알려주고. 그러고 나서 낙태를 근절해야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계속-
*섹스 대담 참가자
최예빈(34)세 살짜리 딸을 둔 결혼 9년 차. 임신 전엔 스스로 불감증을 의심했을 정도로 섹스에 관심이 없었지만 출산 후 부부관계에 눈을 떴다.
김지현(39)
열한 살 아들을 둔 결혼 14년 차. 아들이 데이트하러 갈 때 콘돔을 챙겨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이연아(41)두 딸을 둔 결혼 10년 차. 다섯 살 연하의 남편이 섹스 대담에 신청해줬을 정도로 솔직한 부부생활을 즐기고 있다.<정리 노정연 기자. 사진 홍태식(프리랜서). 장소 협찬 아하바브라카(02-753 -7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