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축

[스크랩] 자연속에 집을 짓다

여주&토야 2011. 10. 20. 13:18

 

 
 
올해와 내년을 안식년으로 정하고 일은 잠시 쉬며 재충전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권형민의 집으로 향했다. 분당의 아파트 숲이 아닌 자연과 동화된 조용한 마을 안 좌우로 길게 앉혀놓은 목조 주택. 계절을 바꿔가며 세 번째 방문한 것인데 여름 초입에 만난 이곳은 초록의 물이 한창 오르는 중이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생동감마저 더해져 있다. 집 앞 밭에서 따온 딸기를 씻어 바로 잼으로 만들고 비스킷에 따끈한 딸기 잼과 치즈를 얹어 샤르도네 한잔과 함께 하니 오감이 깨어나는 듯하다. 바로 이것이 자연 속 집 짓고 사는 이들의 특권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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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민·허호 부부의 집은 삼각형 지붕이 예쁜 목조 주택이다. 9년째 살고 있다는 이 집은 집 앞이 아닌 뒤쪽에 넓고 긴 정원을 만들었다.
2, 3 거실은 1층에 들어섰을 때 바로 드러나지 않고 방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도록 배치했다. 하지만 메자닌 구조로 되어 있어 2층에서는 거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클래식 스타일의 가구들과 빈티지 소품들, 남편이 만든 가구와 스피커, 소품들이 어우러진 멋스러운 공간이다.


이 집은 언제 지었나요?

올해로 벌써 9년이나 되었네요. 내가 디자인을 하고, 남편(포토그래퍼 허호)이 나머지 시공과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했어요. 공사는 대략 5개월 정도 걸렸고요. 남편이 목조주택학교를 다녔을 만큼 많이 공부하고 지은 집입니다.

특별히 목조 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허호) 집 짓기 전부터 목조 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목조주택학교도 다녔죠. 나무로 지은 집은 우선, 숨 쉬는 자연 재료이니 그것만으로도 사람에게 좋고, 단열 효과는 아주 뛰어납니다. 습도 조절 능력도 좋아 쾌적하고요. 그리고 원할 때 내 마음대로 고치기에도 좋지요. 목조 주택은 좋은 점이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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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옆 난간을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권형민이 디자인한 계단은 각이 여러 번 꺾이는 디자인인데 여기에 맞는 마음에 드는 난간을 설치하기 위해 디자인을 미국의 전문 회사에 보내 맞추었고, 이렇게 만든 난간을 다시 받아 설치한 것이라고.
2, 3 현관 오른쪽으로 난 긴 복도가 있는 공간에는 아이들 방을 배치했다.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집이라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 받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중 방 하나는 게스트 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놀러온 조카가 사용 중이라고 한다.
4 따뜻한 딸기잼을 크래커에 발라 먹으며 달콤한 간식 시간을 즐기는 부부.


집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두 분 모두 이런 전원생활이 꿈이었나요?

남편은 원래 편안한 아파트 생활을 더 좋아했어요. 반대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살아서인지 아파트에서 사는 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결혼하고 10년은 남편을 졸랐던 것 같아요. 결국 남편의 동의를 구했고 이렇게 집을 짓게 되었죠.
(허호) 계속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았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생활을 했을 것 같아요. 환경이 사람을 지배하잖아요. 이곳에서 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가구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우드 스튜디오(4년 전 포토그래퍼 허호가 친구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위해 마련한 목공방으로 현재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도 없었겠죠. 이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집을 지을 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곳은 남편이 2년 동안 찾아 다니며 고른 터랍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주택 단지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그때만 해도 여기는 집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이 터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어요. 집을 지으며 요 앞 도로도 깔고 전봇대도 세웠어요.

집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이었나요?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집을 짓고 싶었어요. 적당히 어질러져 있어도 보기 좋게 정감이 느껴지는 집이요.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구조의 집을 만들려고 했고요. 천고도 높게 디자인하고. 그리고 우리 집엔 손님이 워낙 많잖아요.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서 공간 배치를 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현관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긴 복도 보이죠? 그곳이 아이들 공간이에요.

 
1,2 집 앞 밭에서 따온 작은 딸기들을 씻어 냄비에 넣고 허니 파우더를 뿌려 30분 정도 졸이니 금세 맛있는 딸기 잼이 완성되었다.
3 2층 권형민의 작업실 창가 모습. 소박하면서도 여성스럽고 더없이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4 1층 거실의 창가 풍경이다. 하나하나 눈길 가게 만드는 앙증맞은 소품들이 어쩜 그리 잘 장식되어 있던지.


정원이 정말 예쁘네요. 정원 가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래요. 처음에는 흙을 잘못 깔아서 심어놓은 나무들이 대부분 죽어 흙도 갈고, 식물도 모두 바꿔줘야 했어요. 정원은 정말 늘 신경을 써야 해요. 매년 봄, 가을엔 좀더 제대로 된 정비를 해야 하고요. 9년째인 이제야 좀 안정이 된 것 같아요. 수십 그루의 나무는 이제 알아서 쑥쑥 잘 크고 꽃과 열매도 잘 맺어요. 집에서 먹는 채소는 대부분 정원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고요.

이 집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편안함. 조용함.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죠. 그리고 고치고 만들어가는 재미도 쏠쏠해요. 2층 데크의 난간도 며칠 전 남편과 둘이 페인트로 칠한 거예요. 컬러 조합, 괜찮죠? 1층 안쪽 데크도 디자인을 바꿔보려고 남편이 뜯어놓은 상태예요. 저보고 얼른 디자인을 하라고 성화인데 데크의 폭을 줄이고 좀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려고요. 이게 집 짓고 사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1 욕실에 놓여진 화이트 라탄 소파에 앉은 권형민과 그녀의 고양이 보리. 욕실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방 못지않게 큼직하게 만들었고, 욕조에 앉았을 때 보이는 맞은편 창도 넓게 내었다.
2 서재에 꾸며놓은 창가 모습. 서재엔 남편의 물건들이 많은 편이지만 창가만큼은 그녀의 취향이 확실히 드러나 있었다.
3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침실 창가.
4 2층의 긴 데크를 사이에 두고 아내의 작업실과 남편의 서재가 마주하고 있다. 이곳은 집 안에서도, 정원에서도 바로 올라올 수 있다. 저녁이면 권형민·허호 부부는 이렇게 2층 데크에 방석을 깔고 앉아 여유를 만끽한다. 지나가던 이웃과 인사를 건네다 마음이 통하면 한 명씩 합류해 조촐한 파티가 되기도 한다고.


이 집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해주세요. 세월이 흐를수록 즐기는 노하우가 쌓여갈 것 같아요.

집에 들어오면 밖에서의 복잡하고 바쁜 생활은 잊게 돼요. 사람 사는 여유가 느껴지죠. 이렇게 딸기 따다 졸여서 잼도 만들고, 달콤한 잼 향기에 한동안 행복해 하고, 저녁이면 2층 서재와 작업실 사이 데크에 양초 켜고 남편과 앉아 김치 부침개에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밖에 이웃이 지나가면 안부도 묻고, 아예 들어오라고 해 같이 놀기도 하죠. 주말이면 친구들도 많이 놀러와요. 친구들에게도 이곳은 편안한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겨울엔 또 얼마나 좋게요. 눈이 오면 경치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눈썰매도 탄답니다.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반신욕 하며 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참 좋아요. 노천 온천이 따로 없어요.

다시 한 번 집을 짓게 된다면 어떤 집을 짓고 싶으세요?
이 집은 아이들 성장기에 지은 집이라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지었어요. 나중에 집을 한 번 더 짓게 된다면 그때는 남편과 둘이 살 공간으로 좀더 미니멀하게 디자인하려고요. 자연 소재를 많이 쓰고,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도 많이 담고 싶어요.

집을 짓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먼저 집을 지은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세요.

집을 지을 때 마치 백만년 살기라도 할 것처럼 대단한 집을 지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해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잖아요. 주어진 예산 안에서 70~80%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집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고치고 만들어가고, 맞춰가면 되는 거죠. 이 집을 지으면서 남편과 이야기했었어요. 우리는 그냥 커다란 장난감 하나 가졌다고 생각하자고. 그렇게 부담 없이, 즐기면서 살아야 해요.

 

 
 

<출처;tong.nate 네이트 우수 블로그 왕관이예요just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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