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리 기술

[스크랩] 우리 춘란 황화의 판별과 발색 관리

여주&토야 2006. 9. 27. 20:33





요즘 정신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 최대한 할애하려고 노력한다. 주중에는 지나간 '난과 생활' 과 '난세계' 월간지를 정독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행본의 사진도 꼼꼼이 다시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래 글은 난서울 운영자이신 주진수님의 글로 '난과 생활' 2003년 1월호에 게재된 글인데 황화에 대해서 알기쉽게 기술되어 있다. 황화 발색에 각별 유념하여 2006년 봄 전시회에 진성황화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황화에 대해서 많은 기사를 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 황화다운 황화를 구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전국대회 차원의 봄 전시회에 자주 참관하여 출중한 황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좋은 황화의 수도 적을 뿐더러 소수의 주관적인 안목에 치우쳐서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좋은 황화는 여타 색화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오묘한 빛을 지니고 있다. 마치 성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후광처럼 샛노랗게 발하며 때로는 꽃잎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빛을 띠고 있는 품종들이 나타나 그 꽃을 보고 있노라면 앞에서 넋을 잃고 자신을 망각할 정도이다.
여러 색화들 중에서도 가장 판별하기 까다로운 본성의 황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황화의 판별


난의 색소를 논하기 전에 전문용어인 후라보노이드라든지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등의 용어는 자제하고 알기 쉽고 이해가 빠른 우리말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난꽃의 기본색은 크게 나누어 화판의 세포질이 지닌 밝고 투명한 색을 비롯하여 녹색, 황색, 자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녹색의 성질이 강하면 보춘화 또는 변이꽃의 화형과 형태에 따라 녹색을 대변하는 소심화, 원판화, 두화, 기화, 색설화 등으로 나누어지고 녹색 무늬의 성질에 따라 호화, 중투화, 복륜화, 산반화 등으로 구분되며 황색의 성질이 강하면 황화, 황화소심 또는 그 외 황색 성질을 가진 여러 변이 상태의 꽃들로 나타난다. 자색의 성질이 뛰어나면 자화나 자홍화로 구분되고 또 자색의 성질이 밝고 색조가 핑크빛에 가까우면 도화로 구분된다.

우리가 산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황색을 가진 꽃들 중에서도 부엽 깊숙히 묻혀있는 황색 꽃들은 본성의 황화인지 가성의 황화인지 이 시기에는 그것을 구별하기 힘들다. 시기상 아직 황색 색소들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까닭이다. 주금화들의 경우 색 성질이 뛰어난 개체라면 11월부터도 희미하나마 끼를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황화들은 워낙 황색을 가진 난들의 수가 많아 본성의 황화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황색이라도 무드있는 카페나 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푸른 형광빛을 발하는 조명등처럼 차갑고 짙은 황색 성질을 보이는 꽃이라면 본성의 황화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조명회사에 알아보니 푸른 형광빛을 발하는 등의 이름은 '블랙 형광등' 이라 한다. 그 빛이 하얀색 와이셔츠 같은 밝은 색에 닿으면 파랗게 빛을 발하는 조명등을 말한다) 하지만 좋은 황화는 적화 이상으로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쉬움만 더할 뿐이다.

1월의 황화는 부엽 속에 묻혀있든 밖으로 솟아있든 화판에 깔려있는, 다소 푸르게 보이는 엽록소의 유무가 본성의 황화를 구별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꽃이 푸르다고 황화가 아닐 거라는 초보 중의 초보다운 생각은 접어야 한다는 말이다. 화판이 겹쳐진 곳이거나 빛이 닿지 않은 부분적인 곳이라도 오직 '짙고 차가운 빛을 발하는 황색' 을 보이는 것만이 본성의 황화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엽록소가 쉽게 들어차는 화판의 잎 끝보다는 맑고 밝은 기부 쪽으로 짙고 차가운 황색을 가진 꽃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본성의 황화를 만날 확률이 높다. 산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황색농도가 짙기만 한 황색은 거의 가성의 황화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전시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황화들 중에서도 형광빛처럼 발하는 황화가 아닌 그냥 짙은 황화도 종종 볼수 있으나 애란인들의 연발 감탄사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드문 상황이겠지만 산지에서 부엽 밖으로 꽃대가 형성되어 자라난 본성의 황화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는 웬만큼 좋은 황화라 할지라도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꽃망울 때부터 햇빛에 노출되어 엽록소가 짙게 들어찼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발색성질을 가진 황화라면 황색과 녹색이 어우러져 어느 정도 황록색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긴 하겠지만 한눈에 알라차리기 힘들뿐만 아니라 그 정도의 뛰어난 발색성질을 가진 황화는 더욱 흔하지 않다. 이런 경우도 예외 없이 위의 설명처럼 국소적인 부분만 봐도 본성의 황화임을 금방 인지할 수 있는(남들은 쉽게 알 수 없는) 색화의 비밀을 자신은 스스로 터득할 줄 알아야 비로서 색화 경지의 첫 단계에 다다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저온처리 과정에서 분해되는 엽록소는 아직 덜 익은 엷은 엽록소에 해당되는 것이지 심하게 녹이 찬 것은 며칠 밤을 꽁꽁 얼려도 분해될 리가 없다. 그래서 조기차광이 불가피한 것이고 아무리 차광을 해도 소량의 엽록소는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이런 정도의 엽록소는 저온과 개화 발색과정에서 쉽게 소멸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간혹 산지에서 라이터 불로 화판을 지져보아 황화를 판별하는 애란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누가 만들어 낸 방법인지 의아할 뿐이다.

꽃망울이 비교적 충실하게 여무는 10월부터 황색 색소가 충분히 축적되기 이전의 시기인 1월 정도까지는 본성의 황화라도 라이터 불로 지지게 되면 파랗게 색이 변한다. 색소가 응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온상태를 거치면서 화판에 색소가 축적되고 응축될 시기인 이듬해 2~3월경에는 라이터 불로 지져봐도 황색은 푸른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가성의 황화라도 제법 황색을 짙게 띠는 난이라면 마찬가지이다.


이는 주금화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화통을 씌워서 재배하는 주금화의 꽃망울을 12월겨에 꽃을 따서 햇빛에 발색시키면 주금색이 발현되는 듯하다가 시들 때가 되면 색은 어느새 사라지고 푸른색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러나 이듬해인 2~3월에 꽃을 따서 햇빛에 쪼이게 되면 꽃잎은 시들어 말라 비틀어져도 그 꽃잎에 있는 주금색은 물감 덩어리처럼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 원리나 같은 것이다. 이것을 참고하면 거의 모든 색화는 색소가 어린 꽃망울 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고유의 색을 가진 색소인자들이 모이고 응축된 후에야 본성의 색화로 탄생된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진성의 황화를 판별하는 방법은 첫째 좋은 황화를 감지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며 다음에 짙고 차가운 레몬빛을 발하는 황색 색소를 가진 꽃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좋은 황화를 만나게 되는 길이다.

* 황화의 발색관리


황화품종의 일상관리는 다른 난들과 동등하지만 발색관리는 주금화의 발색관리에 준한다.
7월말~ 8월 꽃눈이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주 관찰하여 꽃눈이 발견되면 일단 수태나 화장토를 사용하여 빛이 새어들지 않도록 철저히 차광시킨다. 스태나 화장토는 빛을 차광하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시켜 꽃망울의 생장에 도움을 주게 되는 철저히 차광하라고 해서 수태를 단단하게 다져 차광하면 통풍이 불량해져 각종 병원균의 온상이 될 수 있고 여러가지 병해를 동반하는 직접적인 원인도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이 시기에는 연부병을 비롯한 갖가지 병해가 발생되기 쉬운 계절이라 수태나 화장토는 곰팡이 방제약인 벤레이트나 다이젠 등을 적정량 희석하여 깨끗이 소독한 후에 사용하는 것이 병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9월 중순이나 9월 말까지 관리한 후 꽃망울의 크기를 살펴보아 10월부터는 키가 작은 화통으로 바꾸어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태나 화장토로 차광 처리한 난들은 통풍이 좋은 곳에 두고 관리해야만 잦은 병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물주기는 모든 색화에 있어서 공통되는 점이지만 겨울철 저온처리 중 관수의 주기를 다른 난들보다 조금 길게 잡아야 벌브 내의 당도가 상승하고 색소인자의 순도도 높아져서 나중에 색화 발현에 도움이 된다.


일상관리에 대한 것은 여타 난과 같으므로 생략하고 황화 꽃대 올리기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황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색화의 꽃대 올리기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일단 원활한 꽃대를 올리기 위해서는 저온처리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꽃대가 잘 오르지 않는 난들은 꽃망울에 이상이 있거나 저온처리가 미비하여 그런 징후를 보이는 것이 대다수이다. 반드시 영상에서 관리하되 영상 7도 이하에서 꾸준히 관리해야 기대한 만큼 쉽게 꽃대를 올릴 수 있고 또 좋은 꽃도 볼 수 있게 된다. 색화가 아닌 꽃들은 저온처리를 끝낸 과정에서 야간온도를 10도~15도 정도, 주간 온도를 15도~20도  정도로 점차 가온하면 꽃대가 잘 오르고 정상적으로 개화한다. 이 방법은 거의 교과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색화는 약간 달리 관리해야 남보다 훌륭한 색을 가진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모든 색화들의 공통점이지만 색소의 발현과정에 있어 벌브 내 영양소의 일종인 당의 에너지로 꽃대를 올리고 색화를 피우게 되는데 위에서처럼 일정기간동안 가온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빨리 꽃대를 올리게 되면 일시적인 당의 소비도 많아질뿐더러 그에 따른 손실도 커지게 된다. 즉 인위적인 가온을 하면 꽃대는 빨리 오르지만 벌브 내 당의 급격한 소비로 색화가 가진 색소인자를 최대한 발현시키는데 손실이 많이 따른다는 점을 십분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색화의 꽃대올리기는 일정기간에 가온시키는 방법은 가급적 피하고 서서히 꽃대를 올리고 개화를 시키는 즉 자연상태에서 통풍과 햇빛의 힘으로 개화 되도록 유도해야만 좋은 색화를 피울 수 있는 비결이 된다. 그러나 이런 환경조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황화의 화통 벗기는 시기는 품종마다 다르나 거의 꽃이 필 무렵에 벗기는 경우가 많다. 화통 벗기는 시기는 보통 개화 전 보름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빨리 벗기면 색이 짙게 보이나 탁한 느낌이 들고 개화 직전에 벗기면 맑고 고우나 전자보다 색상이 옅은 느낌이 드는 장단점이 있다. 끝으로 전시회를 관람하다 보면 여러 꽃대가 예쁘게 똑같은 방향으로 꽃을 피운 난이나 서로 마주보며 속삭이는 듯 꽃을 피운 난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키우는 꽃들은 그렇지 않은데 어쩌면 저렇게 묘하게 필 수가 있을까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꽃대가 저절로 그렇게 자란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꽃대를 잡고 살며시 같은 방향으로 몇 회를 반복하여 휘게 해서 보기 좋게 돌려주는 것이다. 꽃이 핀 지 4~5일 내에 실시해야 하며 1주일 이상 지체되어 꽃대가 굳어버리고 나면 그때는 이미 늦게 된다.


난과레저 /일송정 2005년 08월 02일 22시 50분 58초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