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은 대지에 뿌리를 내려 질소, 인산, 칼륨 등의 양분과 물, 산소를 흡수하면서 뿌리에 의해 스스로의 몸을 지탱하고 있다. 토양에 있는 미생물 입장에서 보면 뿌리는 먹이가 되는 유기물의 제공자이다. 단 뿌리가 먹이 그 자체는 아니다. 뿌리를 포함하여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은 미생물의 침입을 방지하는 방어기능를 작동시키고 있어 살아 있는 뿌리는 죽은 뿌리와 같이 먹이가 되는 유기물은 아니다.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은 뿌리에서 방출되는 분비물이다. 사람의 경우를 보자. 피부는 균의 침입에 대해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진대사를 통하여 새로운 피부세포를 만들어 내고 노화된 세포를 때와 비듬으로 버리며 땀을 통하여 지방분, 아미노산과 염분 등을 분비하고 있다. 뿌리도 이와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
뿌리의 구조를 살펴보면 뿌리의 중심부분을 중심주라고 부른다. 아주 단단한 부분으로 중심주 가운데는 뿌리가 흡수한 물과 양분을 지상부로 운반하는 도관과 지상부에서 광합성에 의해 합성된 산물을 뿌리로 운반하는 체관이 있다. 중심부는 골격임과 동시에 뿌리와 지상부의 사이에서 물질을 전송하는 파이프의 역할을 연출하고 있다.
뿌리의 표면은 표피 조직으로 덮여 있다. 중심주와 표피조직의 중간 부분이 피층 조직이다. 피층 조직의 세포는 크고 세포와 세포의 사이에는 비교적 큰 틈새가 열려 있다. 이 피층 조직의 세포는 전분과 흡수한 염분을 저장하고 세포간의 틈새에서 산소를 이동시킨다. 특히 벼 등의 수생식물에서는 피층 조직의 틈새가 발달하여 지상부로부터 뿌리로 산소를 보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뿌리의 선단은 근관이라 불리며 그 바로 뒷부분에 있는 생장점을 보호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 생장점에서 세포 분열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형성된 세포는 중심부, 피층, 표피, 근관으로 분화하고 뿌리는 계속 신장해 간다. 뿌리가 신장함에 따라 계속 새로운 근관세포가 만들어져 치환되며 오래된 근관세포는 살아 있는 채로 뿌리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근관에서 무시겔이라는 점성이 높은 다당류가 분비되어 뿌리 선단과 그 뒷부분의 뿌리와 토양의 틈새를 메워 뿌리가 원활하게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무시겔은 근관 부분에서 가장 두껍고 그 위쪽의 근모가 활발하게 생장하는 부분까지 덮여 있다. 그 두께는 0.5~8마이크로미터 정도로 작은 세균의 직경에서 굵은 곰팡이의 균사의 직경에 해당한다.
근모는 가장 바깥쪽의 표피 세포의 일부가 생장한 것으로 2㎜에 달하는 근모라도 하나 하나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근모의 직경은 약 10마이크로미터, 길이는 긴 것은 3㎜나 된다. 보통 근관에는 근모가 없고 끝에서 5㎜ 정도의 위치에서 근모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근모에 의해 뿌리의 표면적은 보통 23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근모는 수분과 양분의 흡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근모의 발달 정도는 수분과 양분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 다습한 조건보다도 건조한 밭상태에서 잘 발달한다. 뿌리의 흡수효율은 직근의 길이와 두께보다는 근모의 숫자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근권은 뿌리가 만드는 독자적인 공간
뿌리가 활발하게 활동함에 따라 토양에서 물과 양분이 뿌리로 흡수된다. 뿌리 주위의 물과 양분은 당연히 감소한다. 감소한 부분은 뿌리에서 떨어진 부분에서 보급되는데 보급이 계속되지 않고 뿌리의 주위에 양수분의 결핍 지대가 형성되는 일이 있다.
토양 수분이 결핍되고 시비량이 적을 때 뿌리가 활발하게 활동하면 결핍 지대가 생기기 쉽다. 특히 인산과 같이 토양 입자에 흡착되기 쉬운 양분은 토양 중에서의 이동 속도가 늦으므로 시비량이 적으면 결핍 지대가 생기기 쉽다.
뿌리의 근관에서는 세포가 탈락하고 무시겔이 분비된다. 무시겔은 뿌리 자체에 의해 합성되는데 미생물이 공존하면 그 양이 증가한다. 따라서 뿌리의 주위는 뿌리와 떨어진 부분의 토양과 그 성분이 현격히 차이가 나게 된다. 근관 위쪽의 표피 세포에서도 노화된 세포가 탈락하게 되고 당, 아미노산, 비타민 등도 분비된다. 이들도 무시겔과 한 덩어리가 되고 토양의 점토 광물과 미생물 균체도 무시겔에 섞여 있다. 한편 근관에서 떨어져 무시겔이 없는 오래된 뿌리 부분에서는 노화되어 탈락된 세포와 분비물이 직접 토양에 방출된다.
이와 같이 뿌리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유기물이 방출되고 있다. 그 방출량은 무균상태일 때보다도 유균상태일 때 많다. 유균상태에서는 작물이 광합성으로 동화한 양분의 12~40%가 뿌리에서 방출된다고 한다. 토양중에서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에게 이것은 중요한 먹이가 되며 당연히 뿌리의 주위에 많은 미생물이 모인다. 이리하여 뿌리에서의 양분이동과 다른 토양과 다른 미생물의 생활공간이 형성된다는 관점에서 근권(根圈)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근권은 뿌리 그 자체와 뿌리의 영향이 미치는 뿌리 주위의 토양(근권 토양)으로 이루어진다.
근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근권은 뿌리와 뿌리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의 토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권 토양이란 뿌리에서 몇 ㎜까지의 토양인가는 말하기가 곤란하다. 근권을 구분하는 데 있어 양분의 동태와 미생물의 분포라는 두 가지 척도가 있다. 양분의 동태는 식물의 양분이 되는 무기이온과 물이 문제가 된다. 물에 녹아 토양에 흡착되기 어려운 질산 이온은 뿌리가 흡수하는 물과 함께 운반된다. 질산 이온은 뿌리에서 몇cm 떨어져 있어도 운반된다.
이 경우는 근계흡수대나 근역이라고 불리며 굳이 근권토양이라고는 불리지 않는다. 양분의 동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산이다. 인산이 토양 중에서 확산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몇㎜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몇㎜ 안의 인산을 뿌리가 흡수하여 바깥 쪽에서 이동되지 않으면 인산 결핍이 생긴다. 이 경우 몇㎜의 범위는 근권토양으로 불린다.
미생물의 분포는 어떨까. 영국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많이 모아 계산한 결과가 있다. 우선 미생물의 근권의 분포 패턴은 토양의 균수 정도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균수가 적을수록 근권 토양은 얇고 균수가 많을수록 근권토양은 두꺼워진다. 근권토양은 균밀도가 근권 바깥 토양보다도 2배 높은 영역으로 되어 있는데 보통 밭토양에서 그 두께는 0.7~2㎜ 정도가 된다. 또 토양이 건조하면 균은 근면(根面)에 모이게 되어 근권의 범위는 좁아진다.
역으로 습기가 많으면 균이 근면에만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근권의 범위가 확대된다. 요컨대 토양에 원래 많은 균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또는 토양의 건습에 따라 근권토양의 두께가 변화하는데 보통 밭토양에서는 1㎜ 이내에 균이 집중되어 있다.
한편 담수된 논에서는 뿌리에서 방출되는 유기물이 물에 녹아 넓게 확산되어 버리므로 근면에의 균의 집적은 밭과 같이 명확하지는 않다. 다소의 집적은 있고 근권 토양도 형성되고는 있으나 균밀도는 높지 않다. 역으로 말하면 근권토양의 범위는 밭보다도 훨씬 두껍다. 일반적으로는 근권토양은 몇㎜라는 범위로 표현되고 있으나 밭에서는 균이 1㎜ 이내에 집적된다고 생각하는 쪽이 좋다.
근권에는 어느 정도의 미생물이 있는가
뿌리 내부는 별도로 하고 근권에서 미생물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뿌리 표면이다. 가는 뿌리는 쉽게 염색되는데 굵은 뿌리는 표피조직을 면도날로 잘라 염색하여 현미경으로 보면 뿌리 표면의 미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뿌리의 표면 중 미생물이 피복되어 있는 표면적은 10% 정도이다. 나머지 90%에는 미생물이 없다. 의외로 적다고 생각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근권 토양에서는 토양 입자나 유기물 파편의 총표면적 중 미생물이 피복되어 있는 비율을 계산하면 단지 0.02%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보면 뿌리 표면에는 비근권 토양보다도 5백 배 이상의 균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다.
뿌리 표면의 균밀도는 뿌리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뿌리의 선단에서는 무시겔의 분비와 근관세포의 탈락이 많고 먹이가 많은데 실제로는 미생물이 거의 없다. 근관에서 균에 유해한 물질이 분비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선단의 생장이 빠르고 점점 앞으로 진행하므로 미생물의 증식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주원인일 것이다.
분비물이 가장 많은 곳은 근관의 바로 위의 생장점으로부터 세포가 분열하는 분열조직 사이 부분이다. 그러나 먹이는 많지만 뿌리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신장해 나가고 균이 증식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므로 균밀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그리고 분열조직 부분에서 균의 정착이 보이며 식물체 기부쪽으로 균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부에서는 이미 분비물의 양은 많지는 않으나 시간이 가장 오래 되고 균의 분열횟수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근면에서 떨어짐에 따라 균밀도는 급격히 저하한다. 근권토양의 균밀도를 표현하는 데는 표면적의 측정이 곤란하므로 토양 1g당으로 표현한다. 길이 1㎝인 뿌리의 근권토양은 미량으로 1g도 안 된다.
그러나 비교를 위하여 그 곳의 미생물을 1g 토양으로 환산하여 표현한다. 이렇게 하면 비근권토양과의 비교가 실험적으로 쉬워진다. 비근권토양 1g의 균수를 S, 비근권토양 1g의 균수를 R이라고 하여 R/S비로 잡는다.
이것은 같은 무게로 환산하여 몇 배의 미생물이 근권토양에 있는가를 알아보는 지표이다. 이에 의하면 근권토양의 균밀도가 세균수로는 밭작물이 26~120배, 담수기의 수도가 0.6~2.9배 높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분이 많으면 근권의 두께는 증가하지만 뿌리 표면에는 균이 많이 집적하지 않고 근권토양의 균밀도도 높지 않으므로 수도에서의 R/S비는 적다. 이 R/S비를 근권효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미생물은 뿌리에 어떻게 정착하는가
새롭게 신장한 뿌리에 최초로 정착하는 미생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종자에 부착되어 있던 미생물이 아니고 대부분이 토양에 서식하고 있던 것이다. 이 점은 곰팡이에서 상세하게 조사되어 있다. 전작 작물잔사를 중심으로 토양중의 유기물 파편 위에서 생활했던 곰팡이는 포자를 형성한다. 토양중에서 포자는 세균 등이 양분을 빼앗아 발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거기에 뿌리가 자라서 포자가 근면공간에 들어오면 뿌리에서 공급되는 유기물을 흡수하여 포자가 발아한다. 발아한 곰팡이는 바로 근면에 정착한다. 이 단계는 확률론적 단계로서 마침 뿌리 가까이에 있던 곰팡이가 정착하는 것이다. 그 곰팡이의 대부분은 근면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3일 후에는 거의 소실되어 버린다.
토양 중에 다량의 포자를 축적하고 있는 페니실리움속과 아스페르질러스속의 곰팡이는 이러한 유형이다. 한편 근면에서의 생활에 적응한 균은 처음에는 적어도 착실히 증가한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뿌리는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항균물질을 유지하고 있고 항균물질에 내성이 없는 균은 일단 근면에 정착하여도 근면으로부터는 바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비병원성 곰팡이인 경우는 근면에서 균사를 신장하여 보통 2개월 무렵부터 뿌리 내부로 침입하기 시작한다. 이 능력에는 차이가 있어 표피 조직과 피층 조직까지밖에 침입할 수 없는 곰팡이와 중심주까지 침입하는 곰팡이가 있다. 한편 세균은 곰팡이에 비해 뿌리의 표피를 구성하고 있는 고분자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자력으로 침입하는 일은 없다.
보통은 분비되는 저분자 유기물을 이용하여 뿌리 표면에서 증식하고 있다. 그러나 선충과 토양해충은 부서진 구멍, 2차근이 형성될 때 만들어지는 부분에 생긴 구멍, 식물이 오래되어 뿌리가 2차 비대할 때 붕괴된 표피조직의 구멍 등으로 침입한다. 원래 건강하거나 어린 뿌리에는 항균물질도 많아 세균의 침입이 활발하게 되는 것은 생육후기이다.뿌리 표면에 균이 처음 정착하는 것은 확률론적인 것이기 때문에 토양 중의 균밀도가 높을수록 뿌리 표면에 정착하는 양도 많아진다. 퇴비를 시용하여 비근권 토양의 균밀도를 높이면 근면과 근권토양에서 곰팡이, 세균 모두가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