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도 이삼십대 때는 전쟁하듯 싸우다가
사십대가 되어서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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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는 4월9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후 4월14일부터 대학로로 옮겨 계속된다. 그런데 김씨의 전문 분야는 의외로 ‘섭식장애 클리닉’이다. 왠지 부부문제 클리닉과는 한참 동떨어져 보이는데 그는 왜 하필 부부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는 현재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식이장애로 ‘거식증’ ‘폭식증’이 있는데요. 그 원인이 대부분 관계 장애에서 비롯돼요. 상담을 하다 보니 주부들의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 부부관계에서 어떤 장애가 나타날 때 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관계 해결이 안 되니까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거죠. 섭식장애 클리닉이 부부관계 치료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열심히 공부하게 됐어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들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은 고작 20분이고 함께 하는 시간은 2시간 미만인 경우가 전체 부부의 20% 이상을 차지해 부부관계에 위기의 비상등이 켜진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부부의 문화활동 시간은 결혼 초 60%에서 40대, 50대에는 10%대로 감소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부부관계가 점점 생활의 중요도에서 밀려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영국의 한 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 중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사람이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보다 회복속도가 2배나 빨랐다고 해요. 또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자 중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사람이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보다 5년 생존율이 2배나 높았다고 해요. 부부간의 애정이 그 어떤 약물치료나 수술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 연습과정’에 따르면 ‘대부분의 부부는 단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것만으로도 사랑이 식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로 정서적 공유를 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적을수록 부부관계는 그만큼 위기 상황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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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연극의 막이 오르면 주인공 부부의 대화나 싸움에 끼어들기를 하면서 ‘효과적인 부부 대화법’을 처방해준다. 부부싸움에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갈등은 모든 부부에게서 일어나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한 세트의 문제들을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는 갈등에 적응하는 법, 다시 말해 갈등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과 심각한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최대한 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갈등을 서로 잘 타협할 줄 알아야 하고, 평생 해결이 안 되는 갈등은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비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을 내게 맞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 필요
“부부갈등 중에서 해결이 가능한 갈등과 그렇지 않은 갈등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돈에 대한 태도의 차이나 적절한 성생활 빈도에 대한 차이, 종교에 대한 차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보면 부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실제 이혼하는 부부들은 해결할 수 없는 갈등 때문에 헤어진다기보다 갈등을 풀기 위해 부부싸움을 하다가 관계가 악화돼버린다는 것. 그는 부부가 격렬하게 싸울 때 관계를 악화시키는 4가지 위험요인이 ‘비난’ ‘자기방어’ ‘경멸’ ‘도피’라고 지적했다.
“이 네 가지가 이혼의 가장 큰 예측 인자인데 부부가 쿨하게 싸우려면 이 네 가지 위험요인을 없애야 합니다. 비난 대신 불만을 말하기, 자기방어 대신 자기 책임을 인정하기, 경멸 대신 존중하기, 담쌓기 대신 연결 시도하기가 필요해요. 이런 태도로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하면 부부싸움을 훨씬 ‘괜찮게’ 할 수 있어요.”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