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유난히 추웠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동안 이불 속 상황은 안녕하셨는지요.
전미리 추울 땐 옷 벗기 귀찮다고 하던데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꼬박꼬박 하는 것 같아. 신랑이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거든. 우리는 결혼 전에 딱 한 번 섹스를 했는데 단번에 임신이 됐어. 속궁합이 잘 맞는 편이야.
김지원 우리는 연애 8개월 하고 결혼했어. 결혼 10년 차. 우리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해. 난 욕구가 강한 편은 아닌데 막상 시작하면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임이경 우리는 솔직히 잘 안 해. 나이 들고 아이가 크니까 점점 더 조심스러워져.
전미리 우리도 시댁에 사는데다 아이들 때문에 관계 갖는 횟수가 많이 줄었어. 큰애가 네 살, 작은애가 두 살인데 큰애는 시부모님 방에서 자고, 작은애는 데리고 자거든. 아이가 소리에 민감해 이제 돌 지난 아들 눈치 보면서 해.
김지원 그런 상황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하는 거면 많이 하는 거 아냐?
전미리 오죽했으면 둘째를 첫째 낳고 10개월 만에 가졌겠어. 첫애 수유 중이었는데 수유 중에는 임신이 잘 안 된다고 하잖아. 그래서 안심했는데 둘째가 덜컥 생겨서 놀랐어.
임이경 임신이 잘 되는 체질인가 보다. 근데 임신 중에는 보통 욕구가 많이 줄어들지 않아?
전미리 나는 오히려 임신 중에 더 욕구가 강해지더라고. 내가 먼저 하자고 매일 남편을 졸랐어. 아이 낳기 전날까지 했다니까.
김지원 와, 정말? 하긴 우리나라에서는 임신 중에 섹스하는 게 안 좋다고 하잖아. 할 때도 정해진 자세로만 하고. 근데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아이 낳는 당일까지도 한대. 그러면 엄마 아빠가 이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배 속에서 느낀다고 하던대.
전미리 임신 중 섹스도 태교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이제 정말 조심하려고. 둘째 임신했을 때 임신중독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거든. 또 임신할까봐 걱정이야.
임이경 속궁합이 너무 잘 맞으면 그것도 걱정이구나.
전미리 우리는 기본 1시간이야.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자주 못하니까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거지. 그러니까 1분 1초가 아까워(웃음). 시부모님 안 계시는 날에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시작해.
임이경 젊으니까 확실히 다르구나. 우리 나이에는 대부분 애국가 1절 부르면 끝나는데.
김지원 우리는 20~30분 정도 해. 남편이 스킨십도 좋아하고 세심한 편이야. 전희도 꼼꼼하게 다 해주고. 평상시에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드는데 일단 시작하면 좋아. 오르가슴도 할 때마다 거의 매번 느껴.
임이경 우리는 12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결혼 전에는 진짜 손만 잡았지 섹스는 상상도 못했어. 혼전관계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남편도 잘 따라줬어.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남편이 섹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처음엔 일주일에 서너 번 하던 게 점점 줄어들더니 지금은 몇 개월에 한 번 할까 말까야. 한쪽에서 욕구가 강하면 이끌려 할 수도 있는데 둘 다 별 관심이 없다 보니 잘 안 하게 되더라.
전미리 그래도 가끔 관계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아?
임이경 남편이 해외 출장이 잦아서 집에 있는 날이 별로 없거든. 한 달에 세 번 정도 나가니까 집에 있는 시간이 열흘도 안 될 때도 있고. 난 주로 생리 전에 욕구를 느끼는데 그 시기를 맞추기가 힘들어.
김지원 그럴 때는 어떻게 풀어?
임이경 기본적으로 욕구가 강한 편은 아니어서 대부분 그냥 넘어가는데 TV에서 배에 왕(王)자 새겨진 남자배우들 보면 입이 벌어지곤 해. 가끔 심하게 몰입할 때는 그날 꿈에도 나와(웃음).
김지원 꿈에서 다른 남자랑 섹스하면 좋은 꿈이라잖아. 어른들은 복권 사라고 하던데. 남자들은 수시로 다른 여자 생각할 텐데 그 정도는 애교지 뭐.
임이경 겨울이다 보니 귀찮아져서 더 안 하는 것도 있어.
전미리 추우면 집에 일찍 들어오게 되잖아. 어떻게 보면 겨울이 부부생활하기에는 더 좋은 계절이 아닌가 싶어.
남편들도 자기관리가 필요해!진행자 결혼 전에는 섹스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요. 결혼 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임이경 어느 순간 갱년기가 오니까 불안해지면서도 한 번쯤 자극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남편과는 의무적인 느낌이 많잖아. 나도 여자니까 영화 속 남자주인공처럼 남편이 부드럽게 만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전미리 로맨틱한 멜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은 여자라면 한 번쯤은 다 해보지 않았을까? 야한 영화 보면 여자주인공이 알몸으로 설거지하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잖아. 그래서 결혼하면 꼭 한 번 해봐야지 하고 마음먹었어.
김지원 그래서, 결혼하고 해봤어?
전미리 못해봤어. 현실은 다르더라고(웃음). 결혼하자마자 애 낳고 시부모님과 같이 살다 보니 그런 건 여전히 환상으로 남아 있지.
김지원 영화에서 보면 여자가 요리할 때 남편이 뒤에서 안아주는 장면이 있잖아. 정말 그걸 따라 하고 싶어 했던 친구가 있었거든. 결혼할 때 자기는 곧 죽어도 일자형 아일랜드 식탁이 필요하다고 해서 해갔는데 아직 거기서 한 번도 못해봤대. 역시 현실과 이상은 다른가봐.
전미리 난 동그란 욕조에서 거품 목욕하며 하고 싶었어.
임이경 나는 남편이 같이 샤워하고 내가 부끄러워서 못했어.
전미리 언니가 부끄러움이 많구나. 우리는 내가 임신 중이었을 때 시부모님 안 계실 때는 서로 씻겨줬어. 그때가 남편의 사랑을 가장 크게 느낀 때가 아닌가 싶어.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느껴지더라고. 섹스를 하고 나서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갈 때 또 눈이 마주치는 거야. 그럼 씻으면서 또 하고 그랬어.
김지원 보통 관계가 끝나면 그냥 잠들거나 따로 씻잖아. 함께 씻는 게 부부관계에 정말 좋대. 다음 섹스를 위해서라도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지금도 자주 함께 씻어?
전미리 지금은 아이들이 있어서 그렇게 못해. 그래도 한 번 시작하면 둘 다 좋을 때까지 해. 옆에서 자는 아이 깰까봐 입 막고 한다니까.
김지원 그래. 이왕 하는 거 둘 다 좋아야지. 우리는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상대방 반응을 봐가며 속도를 조절해. 섹스를 하면서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
임이경 서로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면 주위에 아무것도 안 보일 때가 있잖아. 나는 남편이랑 아침에 자주 하는 편인데 한번은 아들한테 딱 걸렸지 뭐야. 그때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부부관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에는 더 긴장하게 돼.
전미리 그럴 때는 아빠가 가르쳐주는 게 좋대. 난 중학교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야한 비디오를 봤거든. 그때 받은 충격이 한참 갔어.
임이경 요즘에는 인터넷도 그렇고 워낙 매체가 다양하잖아.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야동을 본 아이들이 그걸 현실로 오해를 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거 같아. 근데 우리 신랑도 그렇지만 남자들 야동 은근히 즐겨 보더라.
전미리 신혼부부들은 같이 야동 많이 보잖아. 나도 같이 보면서 따라 하고 싶을 때가 있어. 난 남자가 여자 복숭아 같은 가슴 만질 때 흥분되더라고.
김지원 우리는 따라 하지는 않는데 분위기 잡고 흥분하고 싶을 때 같이 보곤 해.
임이경 정말 안 그럴 것 같이 생겼는데 친구 부부들 중에 야동 마니아 커플이 은근 있더라고.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정말 다양해. 마음 맞고 좋아서 결혼했지만 속궁합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전미리 결혼 전에 속궁합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지금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아. 내가 아이 낳고 몸이 확 불었거든요. 근데 남편은 아직 학생이거든. 주변 사람들한테 그러다가 남편 바람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어. 그 뒤로 다이어트해서 살 빼고 나니까 저를 보는 남편의 눈이 확실히 달라졌어.
임이경 당연하지. 우리도 몸 좋은 남자 배우들 보면 스킨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 가끔 내가 TV 보면서 좋아하면 남편이 질투해. 가끔은 적당히 자극을 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전미리 나는 10년 동안 유도선수 생활을 했어. 그래서 웬만한 몸은 좋아 보이지도 않거든. 남편도 결혼 전엔 몸이 좋았는데 지금은 90kg이야. 남자들은 결혼하면 마음이 편해져서 살이 찐다고 하더라고. 나도 뺐으니 남편에게도 다이어트하라고 했어.
김지원 꼭 여자들만 가꾸고 꾸며야 하나?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노력하는데. TV만 틀어봐도 몸 좋고 멋진 남자들 정말 많잖아. 와이프가 아줌마 됐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남편들도 운동하고 자기관리 좀 했으면 좋겠어.
섹스 대담 참석자전미리(29)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었던 남편과 결혼. 네 살과 12개월 된 두 아들을 둔 결혼 4년 차 주부. 단 한 번의 섹스로 첫아이를 가졌을 정도로 남편과의 속궁합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임이경(40)
중학생 아들들 둔 결혼 14년 차 주부. 남편과 12년간의 연애 기간 동안 혼전순결을 지켰던 순수파. 요즘 부쩍 노후에 부부생활을 즐기는 선배들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김지원(38)
아홉 살, 여섯 살짜리 아들을 둔 결혼 10년 차 주부. 세심한 남편 덕에 만족스러운 부부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하기 전까지가 어렵다. 올 겨울 목표는 섹스 귀차니즘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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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노정연 기자. 사진 홍태식(프리랜서). 장소 협찬 / 카페 D+